“미국 수역의 문이 열린다?” — 존스법 폐지 법안 발의와 한미 조선업 협력의 전환점


미국 의회가 최근 상·하원 동시 발의한 ‘존스법(Jones Act)’ 폐지 법안이 국제 조선 업계는 물론 한국 산업계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1920년 제정되어 100년 넘게 유지돼 온 이 고전적인 보호 무역법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는 것인데요, 특히 한국 조선 업계에겐 ‘닫힌 문’이 열릴 수 있다는 희망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미국 해운 산업을 묶어온 ‘존스법’, 왜 폐지하자는 걸까?

먼저 ‘존스법’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항구 간을 오가는 모든 화물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 국적이며, 미국 시민 또는 영주권자가 소유하고 운항하는 선박만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일명 ‘캡티브 마켓’을 형성해 자국 해운업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법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습니다.

고 비용 구조로 인해 미국 선박 제조사들은 경쟁력을 잃었고, 미국 내 연안 운송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해졌습니다. 그 결과, 미국 소비자들은 더 비싸고 느린 물류를 감내해야 했고, 미국 내 조선 산업도 일감을 잃으며 도태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이번 폐지 법안을 주도한 마이크 리 상원의원과 톰 매클린톡 하원 의원 모두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가난한 국민들로부터 부유한 해운 카르텔에 이득을 안기는 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같은 목소리는 최근 미국 내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자유 경쟁 촉진’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 조선업계에 던지는 긍정적 시그널

이 법안이 폐지된다면 가장 직접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국가는 단연 한국입니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보유한 한국 조선소들은 그동안 미국 내 연안 운송 시장에 진입할 수 없었지만, 존스법 폐지가 현실화되면 새로운 수요를 공략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강점을 가진 한국 조선 업체들은 미국 연안 물류 선박의 현대화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미 현대 중공업, 삼성 중공업, 대우 조선 해양 등은 유럽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입증해온 만큼, 미국 시장이라는 미 개척지를 향한 확장 전략을 적극 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미 조선 협력의 전환점이 될까?

그동안 한미 간 조선 협력은 군수 분야나 특정 기술 이전 중심에 머물러 있었지만, 이번 존스법 폐지는 민간 선박 수출과 해운 물류 기술 협력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해운 인프라 현대화에 대한 정책적 압박을 받고 있어, 한국의 스마트쉽, 친환경 추진 기술 등이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조선 산업을 매개로 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확대 논의나 기술 공동 개발 프로젝트도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첨단 제조업 중심의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라는 큰 그림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장벽도 존재한다

물론 존스법 폐지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미국 내 해운 업계와 조선 업계의 강력한 반대 로비가 존재하며, 노동조합과 일부 정치 세력은 ‘안보’라는 명분으로 폐지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의미는 적지 않습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미국 내 여론과 정책 기조의 변화를 상징하기 때문이죠.

또한, 폐지가 아닌 ‘부분 완화’로 가닥이 잡힐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친환경 선박 분야에 한정해 외국산 선박을 허용한다거나, 일정 비율을 도입하는 방식 등 타협안이 모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 조선·해운 산업의 100년 묵은 규제가 허물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 한국 조선 업계는 그동안 넘보지 못했던 거대한 시장 앞에 서 있습니다. 단순한 수출 확장이 아니라, 기술 협력과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기회를 준비할 시점입니다.

존스법 폐지 여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이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한국 조선 업계와 정부의 선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글로벌 조선업 지형이 다시 한번 요동치는 순간, 우리는 얼마나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곧 미래의 성장을 좌우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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