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뜨거운 목소리…LA 이민 단속 반대 시위가 남긴 것

 


2025년 여름, 로스앤젤레스는 더위만큼 뜨거운 사회적 이슈로 들끓고 있었습니다. 바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대대적 단속에 대한 반발로 벌어진 시민 시위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격렬했던 거리의 외침도 점차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신호탄은 바로 **‘체포 0명’**이라는 상징적인 숫자였습니다. 지난 16일, **LAPD(로스앤젤레스 경찰국)**는 성명을 통해 전날 시위 현장에서 단 한 명의 체포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이민 단속을 계기로 시위가 본격화된 지난 6일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격화에서 진정까지, 10일간의 LA 거리 풍경

사건의 시작은 미 이민 세관 단속국(ICE)이 LA 다운 타운 의류 도매 시장에서 수많은 불법 이민 노동자들을 급습하면서 비롯됐습니다. 곧이어 연방 구금 센터 앞에는 시위대가 모였고, 경찰과 충돌, 차량 방화, 심지어 약탈 행위까지 이어지며 도시 전역이 긴장감에 휩싸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시위를 ‘폭동’ 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선택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방 위군 4,000명과 해병대 700명을 투입했고, LA 시장 캐런 배스는 야간 통행 금지령을 선포하며 시위 진정에 나섰습니다.

통금 강화와 날씨, 시위 규모 줄이다

흥미로운 점은, 시위의 규모와 격렬함이 줄어든 데에는 단순히 강경 대응만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6월 중순부터 섭씨 30도를 넘는 한여름 더위가 LA를 강타했고, 실제로 당국은 더위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습니다. AFP통신은 “시위가 이뤄진 15일, 도심 시위대는 소규모에 그쳤다” 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배스 시장은 시의 안정세를 반영하듯, 야간 통금 시작 시간을 오후 8시에서 10시로 2시간 연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통금은 여전히 유지되지만, 보다 유연한 통제가 가능하다는 판단입니다. 그녀는 “통금령과 범죄 예방 활동 덕분에 주민과 상점들이 안전을 되찾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평화적 시위의 힘, 그리고 시민사회의 메시지

물론, 모든 시위가 폭력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14일, 전국 단위로 열린 ‘노 킹스(No Kings)’ 캠페인에는 약 3 만 여 명의 시민이 LA 시청 앞에 모였으며, 주로 평화적 행진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는 시민들이 단순한 반발이 아닌, 정치와 정책에 대한 자각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실제로 이 시위에서 통금 위반으로 체포된 인원은 35명, 경찰 명령 불응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3명에 그쳤습니다. 격렬한 초기 국면과 비교하면 매우 고무적인 변화입니다.

LA 시 의회 역시 이러한 변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자벨 후라도 시의원은 “이민자 커뮤니티와 평화적 시위대를 지지한다”며, “통금 시간 조정은 긍정적 변화의 신호”라고 밝혔습니다. 시 정부는 단속보다는 시민과의 소통, 커뮤니티 지원에 방점을 찍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혼란의 여지 남겨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국면에서도 혼란을 야기할 만한 언행을 이어갔습니다. 13일에는 일부 업종의 이민자 단속을 중단하라고 지시했지만, 불과 하루 뒤인 14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LA, 시카고, 뉴욕에서 불법 이민자 추방을 확대하라”고 강조했습니다. 그 결과, 현지 시위대와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혼란이 더욱 가중됐습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이번 시위는 단순한 사건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민자 문제는 미국 사회의 가장 깊은 뿌리 중 하나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단속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논쟁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번 LA 사태는 도시의 인내력, 시민 사회의 성숙도, 그리고 정책적 책임을 모두 시험한 하나의 큰 사건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지금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고, 시 정부는 시민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갈등 해결은 단속이나 통금 같은 임시 조치가 아닌, 제도적이고 인도적인 정책 개편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LA 시민들의 외침은 뜨거운 여름보다 더 강렬했습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단순한 반대가 아니라, 보다 정의롭고 안전한 공동체를 바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권위의 과시가 아니라, 경청과 변화의 의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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