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는 어려워_중·장년층의 디지털 문해력, 어떻게 돌파할까?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기기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은행 업무, 관공서 민원, 병원 예약, 쇼핑, 음식 주문까지 대부분의 일상 활동이 온라인과 모바일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지요.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특히 고령층의 어려움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제1차 성인디지털문해능력조사 결과는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60세 이상 성인의 77.7%, 디지털 사용에 어려움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성인의 10명 중 8명에 가까운 77.7%가 디지털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젊은 세대와 뚜렷한 격차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18세~39세 청년층에서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8.9%에 불과했습니다. 세대별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또한 조사 결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디지털 기본 이해와 경험이 부족해 기초적인 조작도 어려운 ‘수준 1’ 성인이 전체의 8.2%**에 달했습니다. 숫자로 환산하면 약 350만 명에 이르는 인구입니다. 기본 조작은 가능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수준 2’ 성인 역시 전체의 17.7%(758만 명)로 집계되었습니다. 특히 60세 이상에서는 무려 61.1%가 이 두 단계(수준 1·2)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고령층의 절반 이상이 디지털 사회에서 충분히 자립적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의미입니다.
디지털 소외, 사회경제적 요인과 맞물려
흥미로운 점은 연령뿐만 아니라 성별, 거주 지역, 학력, 소득 수준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서도 디지털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 여성·고령층·농산어촌 거주자에서 수준 1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 학력이 낮을수록 디지털 이해도가 떨어졌으며, **중학교 졸업 학력 이하 성인의 34.6%**가 기본적인 디지털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 소득 측면에서도, **월 가구 소득 300만 원 미만인 성인의 25.9%**가 수준 1에 해당했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히 ‘나이’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교육 기회와 경제적 여건이 디지털 문해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청년층과의 격차, 일상 속 불편으로 이어져
청년층의 경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난 세대로, 대부분의 디지털 기기 조작을 자연스럽게 습득했습니다. 조사에서 청년층의 수준 1 비율은 고작 0.8%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고령층은 음식 주문을 위해 키오스크 앞에 섰을 때, 은행이나 병원에서 비대면 앱을 사용해야 할 때, 또는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민원을 처리할 때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러한 불편은 단순한 생활의 불편을 넘어, 사회적 소외와 정보 격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디지털 접근성이 부족하면 필수적인 사회 서비스 이용조차 제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대응: AI·디지털 평생교육 확대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성인을 위한 AI·디지털 평생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글햇살버스’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키오스크나 모바일 앱 같은 디지털 기기의 기초 활용법을 직접 가르쳐 주는 이동식 교육 프로그램으로, 특히 고령층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도 성인들이 소외되지 않고 일상생활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 습득 차원을 넘어, 세대 간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사회적 포용성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의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 실질적 체감 교육
다만, 단순히 프로그램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교육 방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 생활 밀착형 교육: 은행 ATM 사용법, 병원 예약 앱, 교통카드 충전, 카카오톡 기본 기능 등 실제 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기능 위주로 교육해야 합니다.
- 찾아가는 서비스: 농촌이나 도서 지역 고령층은 교육 기회 자체가 부족합니다. ‘한글햇살버스’처럼 이동식 교육을 확대하고, 마을 단위로 찾아가는 디지털 교육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 세대 간 협력 모델: 청년층과 고령층을 매칭해 ‘디지털 멘토링’을 운영하면 상호 소통과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 심리적 장벽 해소: “내가 나이가 많아 못 배운다”는 인식을 줄이고, 재미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맞춤형 학습법이 필요합니다.
결론: 디지털 포용 사회를 향하여
디지털 전환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기술을 제공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누구나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이번 성인디지털문해능력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가 마주한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특히 고령층과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디지털 문해력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점은 경각심을 줍니다.
궁극적으로는 디지털이 장벽이 아니라, 세대를 연결하고 모두가 동등하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다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 정책과 지역 사회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디지털 포용 사회’가 실현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