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 무궁화호 열차 인명사고, 무엇이 문제였나?
사고의 전말
2025년 8월 19일 오전 10시 50분,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경부선 철로에서 참혹한 사고가 벌어졌다.
동대구에서 진주로 향하던 제1903호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로 구조물 안전진단 연구원 6명과 코레일 직원 1명 등 7명 중 2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4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1명은 경상을 입었다.
당시 무궁화호에는 승객 89명이 탑승 중이었지만 다행히 승객 중 부상자는 없었다. 그러나 선로에서 점검을 하던 근로자들이 열차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작업 승인과 진행 과정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인 오전 10시 45분, 해당 작업자들은 경부선 남성현역 역장으로부터 정밀 안전 진단 작업 승인을 받았다. 최근 폭우로 인해 경부선 남성현역∼청도역 구간의 비탈면 구조물이 손상되면서 이를 육안으로 점검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선로에 진입한 직후 5분 만에 열차가 통과했다는 점이다. 근로자들은 철길 왼편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으나, 무궁화호가 예상보다 빠르게 접근해 미처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노동부의 본격 수사 착수
사고 직후 경북경찰청은 청도경찰서를 중심으로 현장 감식 및 사실관계 조사를 진행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기초 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코레일 관계자 등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노동부 역시 즉시 현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다수의 중상자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묻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상을 입었기에 법 적용 대상에 해당된다.
안전관리 시스템의 허점
사고 이후 코레일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작업자들이 사용한 작업용 휴대전화에는 열차 접근을 알려주는 ‘열차감지 앱’이 설치돼 있었다. 이 앱은 일정 거리 내로 열차가 접근하면 경고음을 울려 작업자에게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는 이 경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생활소음 속에서 경고음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무궁화호는 전기열차로, 소음이 적어 가까이 접근해도 소리만으로 인지하기 어렵다. 작업자들이 자갈 도상을 따라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야 확보가 어려웠던 점도 비극을 키운 요인으로 보인다.
코레일 측은 “이번 점검은 열차 운행선상에서 진행되는 상례 작업”이라고 설명했지만,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작업 방식 자체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복되는 철도 안전사고, 제도적 대안은?
이번 사고는 철도 안전 관리 체계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 작업 승인 절차는 있었지만, 실질적인 안전 확보 장치가 부재했다.
- 열차 접근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속도를 줄이는 조치가 전혀 없었다.
-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보조 장치 역시 신뢰성이 떨어졌다.
이와 같은 문제는 단순히 현장 근로자들의 과실로 치부할 수 없다.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시스템 설계와 관리 감독, 그리고 기술적 보완 장치가 미흡했던 것이 핵심이다.
향후 과제
첫째, 작업 승인 제도의 실효성 강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역장의 승인만으로 선로 진입이 가능하도록 한 구조는 위험을 내포한다. 승인 이후에도 열차 운행 통제나 현장 안전요원 배치가 병행돼야 한다.
둘째, 안전 장비와 기술적 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 열차 감지 앱처럼 소음 환경에서도 확실히 인지 가능한 장치가 필요하며, 작업자 착용형 경고 장치 등 보완책이 도입돼야 한다.
셋째,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통한 경영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기업과 책임자에게 실질적인 책임을 묻지 않으면 유사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넷째, 근본적인 철도 안전관리 매뉴얼 재정비가 요구된다. 폭우, 태풍 등 자연재해 이후 긴급 점검은 필수적이지만, 안전 절차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점검 자체가 노동자들에게 위험이 된다.
경북 청도에서 벌어진 무궁화호 열차 인명사고는 단순한 현장 불운이 아니라, 제도적 허점과 안전관리 소홀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경찰과 노동부의 철저한 수사와 함께, 코레일을 비롯한 철도 운영기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이번 사고가 단순히 ‘또 하나의 재해’로 기록되지 않고, 근본적인 안전 강화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