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글로벌 무역 재편’ 구상, 좌초 위기?…협상 실종 속 불확실성만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심 차게 선언했던 ‘글로벌 무역 질서의 재편’이 정작 실행 단계에서는 벽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90일 안에 90개 무역 협정”이라는 대대적인 청사진은 90일 유예 종료 시점을 열흘도 남기지 않은 현 시점까지 고작 두 건의 합의만 성사됐고, 그것마저도 실질적인 성과보다는 ‘명분 쌓기용 합의’라는 지적이 지배적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왜 미국은 의욕적으로 시작한 협상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지금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전략’이 직면한 현실을 짚어보겠습니다.
■ “90개 협정”은 어디로?…성과는 고작 ‘2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미국의 만성적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명분 아래 ‘상호관세 조치’를 선포했습니다. 발효일인 4월 9일부터 90일 동안 세계 각국과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하며, 백악관 무역 수장 피터 나바로는 “90일 안에 90개 협정 체결”이라는 초고강도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7월 9일 유예 종료일이 임박한 현재, 공식적으로 체결된 합의는 중국, 영국과의 부분 합의 2건이 전부입니다. 그것도 핵심 쟁점은 뒤로 미루고 ‘외형적 타협’에 그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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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합의: 기존 145%의 고율 관세를 30%로 낮추며 일시적 긴장 완화는 이뤘지만, 지식재산권 보호, 산업보조금 등 핵심 쟁점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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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의 합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고율 관세를 유지한 채, 향후 ‘쿼터제 협상’을 논의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발표됐습니다.
이렇듯 실효성이 부족한 ‘무늬만 합의’가 이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재편 시도는 정치적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 엇갈리는 메시지…교역국 ‘혼란’ 가중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메시지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한 연장 불가를 강조하며 “7월 9일 이후 관세는 자동 부과될 것”이라고 강경론을 펴고 있습니다. 반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비롯한 관리들은 “9월 노동절까지 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며 유연성을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혼선은 교역 상대국들에 불확실성과 경계심만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캐나다와의 협상 중단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의 디지털세 도입을 문제 삼아 협상을 전격 중단하고, “일주일 내에 새로운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응은 나오지 않고 있어, 협상 신뢰도만 추락한 상황입니다.
■ 미국의 독주, 협상 동력 잃다
미국이 요구하는 관세 인하, 시장 개방, 수출 확대 등의 조건은 대부분 자국 우선주의 성격이 짙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섣불리 협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의약품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이 미국 내부에서 거론되면서, 관련 국가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조사 결과를 곧 발표할 예정인데,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주목되고 있습니다.
■ 미국의 속도전…일부 국가에 ‘유예’ 가능성
남은 열흘도 채 되지 않은 유예 시한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7월까지 ‘상위 10개 국가와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기존과 다른 유화적 메시지를 냈습니다.
실제로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한국 등이 협상 타결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거론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유예 혜택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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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크 패커드(카토연구소 연구원): “일부 국가는 백악관의 선의 차원에서 유예를 받을 수 있으며, 일부는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것이다. 몇몇 국가는 보복에 나설 수도 있다.”
즉, 미국이 자의적으로 유예 여부를 판단해 ‘선택적 협상’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한국에 미칠 영향은?
한국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재편 전략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현재까지 한국과 미국 사이에 직접적인 무역 갈등은 제한적이지만, 미국이 한국의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등 주요 산업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와 기업은 고도의 대응 전략을 마련 중입니다.
만약 미국의 압박이 현실화되면, 한국의 수출 기반 산업은 물론이고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유예를 카드로 활용해 한국에 양보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선언의 허울, 현실의 벽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구상은 초기부터 ‘협상용 강수’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실질적 성과조차 의심받고 있습니다.
협상의 구조가 아닌 압박과 위협을 기반으로 하는 접근은 단기적 긴장 완화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 신뢰와 구조 개편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는 셈입니다.
국제 무역은 ‘게임의 룰’을 함께 만들어가는 협력의 산물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간과하고 일방주의적 전략을 계속 고수한다면, 향후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은 오히려 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시계는 유예 종료일인 7월 9일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무역 개혁 구상을 실현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 또한 또 다른 공허한 외침으로 남게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