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관세 외교'…무역 정책을 넘어선 정치 개입 수단으로?

 



미국 정치의 한복판에 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는 무역과 외교의 경계를 허무는 '관세 외교'를 무기 삼아 세계 각국의 내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국제사회는 물론 한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세는 이제 무역 도구가 아니다

2025년 7월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주요 무역 파트너국에 '상호 관세율'을 담은 서한을 일방적으로 발송하고 이를 공개했다. 이어 9일에는 브라질, 필리핀, 스리랑카, 이라크 등 총 8개국에 보낸 유사한 서한을 추가 공개하며 관세를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이날 트럼프가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필리핀에는 20%, 브루나이와 몰도바에는 각각 25%, 알제리·이라크·리비아·스리랑카에는 30%, 브라질에는 무려 50%의 상호관세율을 부과하겠다고 적시했다. 이는 지난 4월 2일 공개된 상호관세율에 비해 큰 폭의 변동이 있는 수치다. 특히 브라질의 경우 기존 10%에서 40%포인트나 인상된 50%로 조정돼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브라질 정치와 얽힌 관세 인상

문제는 이러한 조치의 배경에 순수한 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동기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에서는 현재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쿠데타 모의’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22년 대선에서 패한 이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국방 및 법무장관 등과 함께 권력 유지를 목적으로 각종 행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서한에서 현 룰라 대통령을 겨냥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마녀사냥"이라며 중단을 요구했고, 이는 브라질 내 정치사법 절차에 대한 노골적인 개입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브라질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며 미국 대사 대리를 초치해 공식 항의했고, 룰라 대통령까지 나서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무역 정책으로 포장된 ‘내정 개입’

트럼프의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무역 보복을 넘어, 자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정치적 상황에 개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세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중대한 신호를 보낸다. 특히 ‘상호관세율’이라는 개념 자체가 미국의 일방적 기준에 따라 설정된 것이며, 이는 전통적인 무역협상과는 다른 성격을 띤다. 관세라는 경제 수단을 통해 상대국의 정치판을 압박하는 것은 주권 침해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한국에 미칠 수 있는 파장

더욱이 이러한 방식이 향후 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무역 적자'를 거론하며 자동차 등 민감 산업에 대한 관세 위협을 병행한 바 있다. 이러한 전례에 비춰볼 때,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하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경우, 한국 역시 방위비 분담 협상이나 외교 현안에서 관세 압박을 경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 심화

트럼프의 관세 외교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실현하는 방법이자, 외교정책을 넘어 정치적 도구로 무역 수단을 전용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이 국제 통상 질서의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데 있다. 더 나아가, 트럼프의 행동은 세계 각국으로 하여금 미국과의 외교에서 정치적 충성도 또는 정책 동조 여부에 따라 대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응 방향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정부 역시 대응 전략을 새롭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역과 외교를 분리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경제적인 자율성과 외교적 중립성을 동시에 지키기 위한 다층적인 외교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정치적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한 시나리오 플래닝과 외교 다변화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외교는 단순한 수치 싸움이 아닌, 국제 정치 질서와 국가 주권의 본질적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무역 정책이라는 명분 아래 내정 간섭까지 시도하는 전례는 세계 각국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특히 미국의 전략적 동맹국인 한국에게도 중대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은 주권과 경제 안보를 지키기 위한 더욱 정교한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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