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맛집_이천농원 장어직판장_청명한 날의 드라이브, 영화 촬영지 ''에서 나눈 담백한 행복
하늘이 유독 맑고 청명한 날이었다. 미세먼지 하나 없이 투명하게 빛나는 파란 하늘을 보고 있자니, 가만히 집에만 머무는 것은 날씨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맞는 소중한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려 번개 모임을 주선했다. 다들 창밖의 날씨를 보며 엉덩이가 들썩이던 참이었는지, 나의 드라이브 제안에 흔쾌히 동조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울 근교에서 기분 전환 겸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딱 좋은 경기도 이천으로 향했다. 차창을 활짝 열고 달리니 싱그러운 초록빛 풍경과 함께 시원한 바람이 차 안으로 들이쳤다. 좋아하는 음악을 배경 삼아 지인들과 소소한 수다를 떨며 달리는 길은 그 자체로 이미 훌륭한 휴식이자 힐링이었다. 탁 트인 도로를 달리며 마주하는 청명한 하늘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저 멀리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날 드라이브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열심히 달린 우리 일행의 목적지는 이천에서 장어 맛집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이천농원 장어직판장'이었다. 날씨 좋은 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보양식을 나누는 것만큼 완벽한 행복이 또 있을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정겨운 외관의 식당 주차장에 들어섰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공간으로의 입장
이천농원 장어직판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넓은 부지가 주는 여유로움과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였다. 세련되고 현대적인 대형 식당들과는 달리, 세월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외관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유명한 영화를 촬영했던 장소이기도 했다. 가게 내부로 들어서니 스크린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늑하고 서정적인 감성이 곳곳에 흐르고 있었다. 화려하게 꾸며내지 않았기에 더욱 깊은 여운을 주는 공간이랄까. 지인들도 "어머, 여기가 거길 찍은 곳이야?" 하며 가게 곳곳을 신기하게 둘러보았다. 뜻밖의 문화 탐방을 하는 기분도 들고, 영화 촬영지 특유의 독특한 아우라 덕분에 음식을 맛보기 전부터 공간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식당 한쪽에는 직판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신선한 장어들이 깔끔하게 손질되어 준비되어 있었다. 유통 마진을 줄여 합리적인 가격에 고품질의 장어를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곳 직판장의 가장 큰 매력이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아 설레는 마음으로 장어를 주문했다.
참숯 위에서 펼쳐지는 통통한 장어 향연
주문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붉게 달아오른 참숯 화로가 테이블 중앙에 세팅되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숯불의 열기가 테이블을 채울 때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인 장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눈에 보아도 믿기지 않을 만큼 두툼하고 뽀얀 장어의 비주얼에 우리 일행은 약속이라도 한 듯 탄성을 질렀다. 원육의 두께와 신선도가 남달라서 굽기 전부터 맛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깨끗하게 손질된 장어 위에 굵은 소금을 툭툭 뿌려 뜨거운 석쇠 위에 올리자, '치이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매장 안 가득 퍼지기 시작했다.
장어가 익어가는 것을 기다리는 시간은 언제나 인내심을 시험하게 만든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며 장어 자체의 맑은 기름이 표면 위로 자글자글 끓어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앞뒤로 정성스럽게 뒤집어주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단면까지 일렬로 나란히 세워 구워내는 과정 속에서 지인들과의 기대감은 극에 달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정석으로 익어가는 장어를 보며 젓가락을 든 손이 절로 바빠졌다.
잡내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장어의 참맛
노릇하게 잘 익은 장어 한 점을 골라 아무런 소스 없이 입에 쏙 넣었다. 이빨이 부드러운 장어 살 속으로 파고드는 순간,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육즙이 입안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간혹 장어를 먹을 때 흙내나 특유의 비린내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데, 이천농원 장어직판장의 장어는 신선도가 워낙 뛰어나서 그런 잡내가 단 1도 느껴지지 않았다. 기름기가 과하지 않고 아주 담백해서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진해졌다. 맛에 까다로운 지인도 "여기 장어는 진짜 담백하고 깔끔하다"며 연신 감탄을 터뜨렸다.
본연의 맛을 즐긴 후에는 이곳의 특제 데리야키 소스에 알싸한 생강채를 듬뿍 버무려 장어 위에 얹어 먹었다. 달콤 짭조름한 소스와 생강의 향긋함이 장어의 담백함과 어우러져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었다. 싱싱한 상추와 깻잎 위에 잘 익은 장어 한 점, 구운 마늘, 그리고 쌈장을 살짝 얹어 크게 한 쌈을 싸 먹는 맛 또한 일품이었다. 밑반찬으로 나온 씻은 묵은지에 장어를 돌돌 말아 먹으면 입안이 깔끔하게 정돈되면서 장어를 무한정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중한 지인들과 나눈 담백한 행복
화려한 수식어나 거창한 이야기가 없어도, 맑은 날씨와 좋은 사람, 그리고 맛있는 음식 삼박자가 맞물리니 대화의 온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불판 위에서 장어가 노릇하게 익어가는 만큼 우리의 웃음소리도 깊어졌다. 평소 바쁜 일상에 치여 하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응원을 건네는 시간 그 자체가 커다란 충전이었다.
사실 이곳은 내가 이천에 올 때마다 들르는 소중한 '또간집'이기도 하다. 올 때마다 변함없는 맛과 품질로 감동을 주었기에 지인들을 자신 있게 데려올 수 있었는데, 다들 기대 이상으로 맛있게 먹어주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데려온 주최자로서 내심 뿌듯하고 뿌듯한 마음이 차올랐다.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포만감보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공유하고 함께 공감했을 때 느껴지는 포만감이 훨씬 더 컸다.
식사를 마치고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안고 가게 문을 나섰다. 여전히 하늘은 푸르고 청명했으며, 기분 좋은 바람이 우리를 마중 나와 있었다. 멀리 해외로 떠나는 거창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서울 근교로의 짧은 드라이브와 정성 가득한 보양식 한 끼면 일상의 행복을 채우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하루였다.
맛: ★★★★★ (통통하고 꽉 찬 살, 잡내 없이 담백함의 끝판왕!)
분위기: ★★★★☆ (영화 촬영지 특유의 정겹고 아늑한 감성)
접근성 및 주차: ★★★★★ (드라이브 코스로 딱 좋고 주차장도 넓어 편리함)
이천 쪽으로 드라이브 겸 제대로 된 담백한 장어 맛을 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이천농원 장어직판장을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다. 소중한 지인들과 함께 나눈 담백한 장어와 따뜻한 대화, 그리고 청명했던 날씨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기억될 행복한 날이었다. 조만간 기력이 떨어질 때쯤, 나는 또다시 이 길을 달려 이곳의 문을 열게 될 것 같다.